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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명(髙敬命)선생의 저승 경험

작성자
제주고씨
작성일
2000-09-15 22:05
조회
2883


조선 선조 임금 시절 고경명이 순창(淳昌) 군수로 나갔을 때의 이야기이다.

고경명이 업무를 보다가 갑자기 병을 얻어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곧 사람들이 만져보니 벌써 명이 끊어져 숨을 쉬지 않는데, 오직 가슴 부분만이 따뜻하여 식지 않았다. 그래서 두고 보았더니 하룻밤을 지내고서 깨어나,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관청 일을 보다가 잠깐 조는 사이 저승의 사자(使者)가 와서 부르기에, 따라가니 한 관부(官府)에 이르렀다. 사자는 고경명을 밖에서 기다리게 하고는, 먼저 안으로 들어가더니 한참 후에 나와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잘못 잡아왔으니 도로 내보내라고 했다."

이렇게 말하고, 도로 데려다 줄 테니 같이 나가자고 했다.

고경명은 사자가 시키는 대로 따라 돌아오는데, 얼마를 와서 순창 지역에 들어오니 길가의 한 민가에서 무당이 북을 두드리고 노래를 부르며 굿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을 본 저승사자는 고경명을 돌아보고 웃으면서,

"우리 이 굿하는 집에 들어가 음식이나 좀 얻어먹고 가자."

라고 말했다. 그래서 사자를 따라 그 집에 들어가니, 굿을 하던 무당이 고경명을 쳐다보고는 공손하게 맞이하고,

"우리 고을 군수 어른께서 오셨습니다. 어서 위로 오르시지요."

하고는 상좌에 모셔 앉히고 술잔을 올려 대접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무당은 저승사자에게도 술을 권하고 극진히 대접했다. 이렇게 해 고경명은 술을 취하게 얻어 마신 다음에 사자와 함께 나왔다.

고경명은 그 집에서 나와 관아로 들어오니까 곧 저승사자는 없어지고, 숨을 쉬면서 깨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마친 고경명은 즉시 사람을 보내 그 굿하던 집에 가보라고 했다. 얼마 후에 다녀온 사람이 말하는데,

"그 집에서는 무당이 굿을 하고 있는데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무당에게 물어보니 군수가 방금 다녀갔다고 말했습니다."

라고 아뢰었다. 참 희한한 일이었다.

자료출처 :〈한국인 이야기〉제6권, p.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