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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명(髙敬命)선생 일화(逸話)

작성자
제주고씨
작성일
2001-02-13 22:26
조회
4195
고경명(髙敬命)은 그의 높은 절의(節義)만큼이나 풍채도 좋았다. 일찍이 황해도에 갔다가 한 기생을 사랑했는데, 그 기생이 관찰사의 눈에 들어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보내면서 고경명은 시 한 수를 치마폭 안쪽에 써 줬다.

"강가에 말을 세워 놓고 머뭇머뭇 헤어지지 못하며/
버드나무 제일 높은 가지를 꺾어 주네/
어여쁜 여인은 인연이 옅어 자태를 새로 꾸몄는데/
바람둥이 사내는 정이 깊어 뒷날을 기약하네."

그 기생이 관찰사 앞에서 술을 따르는데 갑자기 치마폭이 바람에 날려 글씨 흔적이 비쳤다. 관찰사가 그것을 보고 연유를 물으니 기생이 숨기지 못하고 사실대로 아뢰었다. 그는 시를 보고 "참으로 뛰어난 인물이로다" 하고 탄식했다.

그 관찰사가 뒤에 고경명의 아버지를 만나서는 "그대에게 훌륭한 아들이 있더이다. 그런데 재주와 용모는 비록 아름다우나 행실은 어그러졌더이다" 하고 말했다. 그 아버지가 웃으며 말하기를 "내 아들이 용모는 어미를 닮았고, 행실은 이 아비를 닮았소이다" 하니 관찰사가 빙그레 웃더란다.

허균이 쓴 '성수시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 상세설명
*절의(節義) : 절개(節槪)와 의리(義理)